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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이야기

범이 형제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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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형제들은 어디로 갔을까?


범이랑 범이 형제들 처음 발견 사진..


범이 형제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라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릅니다'


망원동에 살다가 조용하게 글쓰는 일을 하고 싶어서 북한산 아래로 이사를 온게 2014년 10월입니다. 북한산을 올라가는 수많은 등산로가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등산로를 올라가는 길 맨 마지막 집이 제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방안에서 북한산이 그대로 보입니다. 동네엔 야생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고 당연히 고양이도 많습니다. 얼마전엔 맷돼지도 내려왔습니다.


어느날 창넘어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밖을 보니 고양이 한마리가 테라스에서 그루밍을 하면서 산을 보고 있더라고요. 우리집을 찾아온 손님인데 뭐라도 줘야 할 것 같아서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습니다. 그 유명한 커클랜드를 모르고 시켰습니다. 이틀 후 가격은 저렴한데 엄청나게 큰 사료가 왔더라고요. 그걸 조금씩퍼서 테라스에 놓아두었더니 고양이가 한마리 두마리 오더니 나중엔 여섯마리 정도가 저희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갔습니다. 길고양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제가 뭘 해줘야하는지 궁금해서 고양이 까페에 가입을 하고 눈팅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고양이랑 정이 들면서 한마리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호소에 있는 샴 고양이를 데리고 올려고 했습니다. 보호소랑 이야기가 잘 진행되서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몇살이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 나이를 물어보니 무려 15살이더라고요. 생애 첫 고양이로 15살난 고양이는 무리인 것 같아서 그쪽에 말씀을 드렸더니, 보호소도 무리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범이 처음 발견당시 모습.. 그러고 보니 범이가 엄마를 꼭 닮았다.



한 달정도 지나고 나서 퇴근길에 우연히 어미와 함께 버려진 아깽이들 사진을 보았습니다. '아고 저걸 어떻게 하나?' 하고 글을 읽어보니 가까운 동네에 버려졌길래. 내가 한마리라도 데리고 와서 살려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짐을 놓아두고 부랴부랴 신발박스를 하나들고 바닥에는 수건을 한장깔고 아기들이 버려진 곳을 찾아갔습니다.


현장에는 아기들을 발견하고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분이랑 아기들을 데리고 갈려는 커플이 와있었습니다. 커플 두분이 5마리를 다 데리고 갈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두분이 저에게 "몇마리 데리고 가실거예요?" 라고 물어보는데 '형제들이 다 같이 자라는게 좋은건지? 제가 한마리 데리고 가는게 좋은건지' 선뜻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잠깐 고민하는데 범이가 형제들 사이에서 나오더니 박스밖으로 나갈려고 기어올라오더라고요. 그걸보고 제가 "한마리 데리고 가겠습니다." 라고 하고는 범이는 들어 올리면서 '넌 아저씨랑 살자' 라고 했습니다. 그게 제가 범이한테 처음 한 이야기고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범이 페이지에 '아저씨'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범이를 데리고 온지 3일쯤 지났을때..



커플분들에게 마늘종지 같은 곳에 약간의 분유를 얻고 동물병원을 물어보니 응암역 부근에 24시간 동물병원이 있다고 해서 은평구청에서 응암역까지 걸어가서 액상분유를 하나랑 분유통을 하나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망할놈의 액상분유!!! 어찌나 빨리 썩던지..ㄷㄷ)


범이랑 첫날밤을 지내는데 범이가 울기 시작하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울음을 그치고 잠깐 잠들면 혹시 이 녀석이 죽은건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잘자나하고 들쳐보면 잠이깨서 울고..ㅜㅜ 그렇게 하룻밤 잠을 못자면서 보냈습니다. 문득 이러다가 내가 범이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겁이 덜컥나서 새벽에 그 커플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죄송한데 아기가 눈을 뜰때까지만 데리고 있어주시면 안될까요?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가 드리고 눈을 뜨면 다시 데리고 오겠습니다' 


1분도 안되서 답이 왔습니다. 비용은 필요없고 내일 아침에 수유리쪽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침에 범이를 데리고 나갈려고 준비를 하는데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제밤에 4마리가 너무 울어서 주인집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와있다면서 오히려 저에게 맡기고 싶다고 하길래.. 우리집은 그런 문제는 없으니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근데 점심때가 되도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고양이를 잘 아는 지인에게 맡겼다고 하더라고요. 잘 됏네요. 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이제 시작입니다.


내가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범이를 키울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이야길하자라고 생각해서 범이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밤새 죽을까봐 걱정을 해서 '호랑이 기운으로 씩식하게 잘 살라고 이름도 범이라고 지어주고 (이때까지 여자아이인지 몰랐어요 ㅎㅎ) 페이지 이름도 '호랑이 기운 범이'라고 지어주고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범이는 씩씩하게 잘 자라는데 저는 일주일만에 피로누적으로 쓰러졌습니다. 아깽이는 3시간에 한번씩 분유를 먹어야 하니까. 분유를 준비하는데 20분, 먹이는데 20분, 먹인거 치우고 설겆이 하는데 20분. 먹이고 한시간 쉬면 또 먹일 준비를 해야합니다. 이걸 일주일을 반복하면서 쪽잠을 자고 일을 하니까 몸이 견디질 못하더라고요. 결국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여자친구가 주말동안 와서 범이를 챙겨주고 전 늘어지게 잤습니다. 덕분에 범이는 일주일만에 눈을 뜨고 분유를 먹는 양도 점점 늘어나고, 다양한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습니다. 


권미선님. 윤희선님 그리고 길고양이 친구들 회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집에 온지 일주일만에  한쪽 눈을 뜬 범이..


범이가 눈을 뜨니 기쁜 마음에 범이 형제를 데리고 간분한테 사진을 보내주고 범이 형제들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조만간 사진을 보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범이가 이만큼 자랐다고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또 형제들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시더니 답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달후에 범이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이번엔 아예 답이 없으시더라고요. 그 다음날 카톡을 보니 절 차단했는지 알수없는 사용자라고 뜨더라고요..ㅎㅎ 그렇게 범이 형제들 소식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집요합니다. 그래서 그 커플을 스토킹했습니다. ㅡㅡ;; 그때 같이 온 두분 페이스북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스토커짓을 하다가 여자분에게 범이 형제들 행방을 물어봤습니다. 남자친구가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자기는 잘 모르니 물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절 차단했습니다...ㅡㅡ;;;


페북에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서 두분을 스토킹을 계속했습니다. 저 집요합니다..ㄷㄷ 얼마 지나지 않아서 1달쯤 된 아깽이 3마리를 데리고 와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범이보다 한달쯤 어린 아깽이들을 어디선가 데리고 왔더라고요. 쓰레기들...ㅜ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 오릅니다..ㅜㅜ


분유에 집착하던 범이..^^


꼬리를 세우고 분유를 찾아다니던...


토실토실~


첫 바깥세상 구경~


스스로 첫 응가...ㅋㅋ


발톱에 힘이 생기고 클라이밍하는 범이..


그리고 첫 점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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